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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박씨 종중재실 고택
조선 영조 때 공신 이었던 어사 박문수공은 암행어사로 많은 일화를 남긴 분이다. 그 일화들이 사극으로 소개된 적이 많아서인지 생소하지 않은 어사 박문수의 집안인 고령 박씨의 종중 재실을 찾아 갔는데, 고령 박씨 종중 재실은 천안시 동남구 북면에 있다. 7칸 규모인 안채와 5칸 크기의 사랑채의 한옥으로, 한옥 안채의 대청이 재실로 이용되고 있다고 한다. 바람은 차갑고 산 아래 덩그라니 앉아있는 한옥 주변은 썰렁 했지만, 기와를 덮은 흰 눈과 마당에 듬성듬성 쌓인 눈 풍경만은 정감어린 자태로 다가오고 있었다. 고택 마당으로 들어가니 규모는 작지만 차곡차곡 얹힌 기와가 이룬 지붕의 곡선과 나무 쪽문, 창호지가 발린 문살이 한옥의 고운 선을 드러내고, 대청마루와 토방, 담벼락 모양들이 아기자기 하다. 겨울 하늘과 겨울나무, 마당 한편에서 자라다가 시들고 말라버린 풀들까지 쓸쓸함을 더해주는 한옥 마당 풍경이지만, 왠지 모르게 마음은 평온해진다. 고택의 한적함과 고요한 분위기가 가져다주는 안락함이 마음을 쓰다듬어 주는 듯하다. 여행은 일상에서 비대해진 감정을 분해하는 움직임 이라고 한다. 앙상하게 가지를 드러냈지만 필시 그 안에서는 다른 계절을 준비 하며 꼿꼿하게 자기 자리를 지키고 있을 겨울나무와 빗장 잠긴 뒤 곁 쪽문, 샘이 말랐는지 아님 얼었는지 지금은 쓸 수 없는 우물 풍경이 발을 붙잡으며 생각을 머물게 하고, 고요 속에 스산한 느낌도 있지만 한옥 뒷마당의 움직임 없는 풍경이 무언의 위로를 주는 것만 같다. 잠시 쉬어가는 시간을 가져 보라고. 재실 안에는 박문수공이 사용했던 유품과 영정을 모시고 있지만 문이 굳게 닫혀있어서 볼 수 없었는데, 이곳에서 그 분의 서신들을 분실했다가 수년 만에 회수된 일도 있어 방문객들에게 일일이 공개하지 않는 것 같아 아쉬움을 떨칠 수밖에 없었다. 뒷마당 한편엔 이리저리 얽힌 듯 제 맘대로 자란 나무 가지들의 천연의 모습과, 오래 동안 만나지 못했던 처마 끝에 매달린 고드름을 보면서 웃음이 배어 나오는 것을 숨길 수 없었는데, 낯선 길에서 만나는 풍경이 전하는 단아하고도 아련한 모습이다. 돌담 위에 쌓인 하얀 눈과 처마 끝에 가지런히 달린 고드름을 보며 문득 "고드름 고드름 수정 고드름" 으로 시작되는 동요가 떠오른다. 풍경을 보며 번번이 동요가 생각나는 건, 유년기의 경험이 추억으로 마음속에 있다가 풍경 속에서 되살아나기 때문인 것 같다. 앞마당 쪽보다 뒷마당 쪽이 더 음지인지 눈과 얼음의 조화가 더 아름다워 뒤뜰과 골목길을 한참이나 서성이다가, 굴뚝의 그을음을 바라보면서 끼니때면 굴뚝 위로 피어오르던 연기를 회상해 보았다. 종중 재실은 은석산 밑에 자리해서 은석산 산행 시발점이 되기도 하는데, 은석산 위에는 어사 박문수의 묘소가 있다. 돌아가는 길에는 얼마 멀지 않은 곳에 병천순대로 유명한 병천에 들려 이름난 먹거리를 경험 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글/사진- 최선경 https://blog.naver.com/csk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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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 추암해변, 능파대
강원도 삼척에 있는 추암 해수욕장은 150M의 백사장이 있는 작은 해수욕장이다. 허지만 인근 바닷가가 모두 해수욕장 이어서 바닷가가 연속되다보니 그저 광활한 바다 어느 지점에 와서 머무는 기분이다. 추암 해변 언덕을 올라가면 한국의 석림이라고 불리는 능파대가 있어, 파도 위에 서 있는 기암괴석의 풍경이 장관으로 강원도 에서도 손꼽히는 명승지이기도 하다. 언덕의 나무 울타리 너머는 깊고 푸른 바다가 펼쳐져 있다. 맑고 깊은 바다위로 뾰족한 암석들이 돌출된 풍경이 절경을 이루고 있는 추암 능파대는,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명소 100선에 드는 뛰어난 경치로 해금강이라 불려 왔으며 조선 세조 때 한명회가 강원도 재찰사로 있으면서 그 경치에 반해서 능파대로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능파대는 파도가 암석에 부딪히는 아름다운 모습을 보고 능가할 능, 파도 파, 높고 평평할 대 라는 뜻에서 유래된 이름이라고 한다. 애국가 영상에 나오는 유명한 촛대바위나 형제바위, 그 밖에 거북 바위, 두꺼비바위, 코끼리 바위 각기 이름을 가지고 있다는 바위 사이로 하얀 물거품을 일면서 파도가 요란히 치고 있다. 잔잔하게 은빛으로 반짝이다가도 어느새 거센 파도가 바위들을 치고 지나가기도 한다. 이런 지형을 라피에라고 부르는데, 라피에는 석회암이 지하수의 용식작용 으로 형성된 암석기둥을 이르는 말이다. 이곳의 라피에는 파도에 의해 자연적으로 드러난 국내 유일의 해안 라피에로, 고교 지리 교과서에 수록될 정도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고 한다. 동해안은 해돋이 명소가 여러 곳 있는데 추암 능파대는 신년 해돋이 장소로도 알려져 연말이면 인파가 몰리는 곳이다. 연말이 되면 북적일듯하다. 자연은 참으로 신비해서 추암 언덕에 올라 특이한 모양의 암석 사이로 흰 파도가 치다가 어느덧 파랑 물빛으로 잔잔해지는 수면을 바라보는 사이 일상의 묵은 때가 가슴 안에서 천천히 비워져가는 느낌이 들어 머리가 맑아지는 기분이다. 부부일까 형제일까 마주 보고 있는 듯한 바위는 부부바위인지 형제바위인지 얼른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그 모습만을 담으며 머뭇거리는 사이 짧은 겨울 해는 조금씩 기울어가고 있다. 돌아 갈 길이 멀어 발길을 돌리지만 겨울바다와 바다 바람과 흰 물거품 사이로 내려오는 낙조는 시야에서 지우지 못하고 다시 그리움의 대상이 될 것만 같다. 돌아가는 길에 들른 추암 해변은 겨울바다의 적막감이 흐르고 있다. 고운 모래가 깔린 해변에 서니 동해에 왔다는 느낌이 확연히 든다. 바다 위의 암석 앞쪽엔 사자 형상의 바위가 선명하게 눈에 뜨인다. 어쩌면 저렇게 양쪽 눈이며 코, 귀까지 사자와 닮아 있을까? 그렇게 기묘하게도 어떤 대상의 형상을 닮은 바위는 그래서 이야기를 갖고 있기도 하다. 촛대 바위도 소실을 얻은 남자가 하늘의 노여움을 사서 벼락으로 징벌을 받고 바위가 된 것이라는 전설을 갖고 있다고 한다. 자연은 풍경과 이야기 들을 만들어 사람들의 마음속에 기억으로 남게 하는 것 같다. 추암 해수욕장은 강원도 동해시 북평동 동해 해변에 있다. 글/사진 최선경 https://blog.naver.com/csk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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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북성포구
한 때는 북적대는 포구였지만 지금은 쓸쓸한 기운만 감도는 인천 북성포구를 찾은 건 춥고 흐린 날 저녁 무렵 이었다. 하늘이 좋지 않으면 갈 필요가 없다고 할만 큼 노을이 아름다운 곳으로 이름난 곳이지만, 흐린 날씨는 적막함과 쓸쓸한 분위기를 한층 더 고조 시키고 있어서, 노을 사진을 못 얻더라도 그 분위기를 느껴보기엔 더 좋은 날이었다. 북성포구는 일제 강점기 때부터 수산물이 유통되던 포구인데, 1970년대부터 연안부두로 어시장이 옮겨 간 뒤 점차로 포구기능이 약해졌고 1980년 대 부터는 야적장과 공장들이 들어섰다고 한다. 입구로 들어가는 길 좌측엔 물길이 형성 되어 있어 안전 철책이 설치된 길을 따라가면 선착된 어선들과 목재 공장들이 보이고, 우측엔 둥근 기둥 같은 모습의 대한제분 건물이 이어져 있다. 포구를 찾아 간 곳에서 차곡차곡 쌓인 통나무들과 그 나무들을 이리저리 옮겨가는 지게차가 이동하는 모습하며, 공장굴뚝에서 뿜어져 나오는 검은 연기를 보며 특이한 풍경을 발견하게 된다. 그저 포구 인근에 목재를 가공하는 공장이 들어선 것뿐인데, 어쩐지 적막한 포구와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목재 가공공장 안은 목재를 생산하느라 활력 있는 곳일지 모르겠으나 그 겉은 검은 연기만 무심히 쏟아져 나오는 인적조차 없는 넓은 공간에 불과한 까닭이다. 포구로 들어서도 쓸쓸하고 조용한 건 마찬가지다. 북성포구가 아직도 이름을 알리고 있는 것은 포토 그래퍼와 낚시꾼들의 명소인 탓도 있지만, 물때 따라 배들이 여전히 들어오고 아직도 파시가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파시" 하면 박경리의 같은 제목의 소설이 떠오르는데 이제 막 잡아온 고기를 배위에서 사고 파는 것을 말한다. 서해 쪽 방조제에선 파시가 꽤 성행 하는데, 북성포구도 파시의 명맥을 여지 것 이어오고 있으나 지금은 물때가 아닌지 조업하러 나갈 그물만 눈에 띠고 몇 척의 작은 고깃배들만 정박되어 있다. 고깃배가 들어오지 않은 포구는 쓸쓸하다 못해 적막감이 감돌고 지저분하게 물건들이 흩어진 선착장에는 낚시꾼만 드믄 드믄 서 있다. 그래도 어시장이 조금씩 형성되고 있고, 상점 앞에 선 이들이 생선들을 흥정하는 광경을 보니 시간을 맞춰오면 파시도 체험할 수 있는 살아있는 포구임을 실감하게 된다. 날씨도 춥고 하늘도 음울 하지만, 상점 앞 가판대에 누운 생선을 보니 회든 찌게든 두둑한 먹을거리가 생긴 것 같아 한 순간 안온함이 느껴진다. 줄에 꿰어져 찬바람을 맞으며 건조되는 생선들, 텅 빈 내부를 드러낸 채 언제 바다로 향할지 몰라 소리 없이 서 있는 어선들과 필시 바디를 향해 던져질 배위의 그물들이 여느 포구와 비슷하게 정적이고 아늑한 풍경을 보여주지만, 조업 하는 생동감이 없어서일까 북성포구는 머무는 내내 풍경만 있고 움직임이 없었다. 북성포구를 패쇠하자는 의견도 있다고 하니 언제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어, 발끝까지 와 닿는 쓸쓸함이 아쉬워질는지도 모를 일이다. 호젓한 분위기로 풍경을 즐기다 포구를 나오면, 10여분 거리에 화려하고 시끌벅적한 촤이나 타운이 있어 하루에 대조적인 분위기의 풍경을 그리고 다른 먹거리를 맛볼 수도 있다. 글/사진- 최선경 https://blog.naver.com/csk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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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 갈대습지
빛바랜 갈대들이 겨울 초입의 쌀쌀한 바람을 맞으며 쓸쓸하게 흔들리고 있는 습지를 찾아간 날, 무성했던 갈대들은 비록 시들었지만 또 다른 모양의 겨울 꽃이 되어 여행자들을 사색의 시간으로 끌어당기고 있었다. 물을 깨끗이 만드는 역할을 실행하고 있는 습지식물 사이를 걸으며, 일상에서 묵혀두었던 가슴 속의 먼지도 시원하게 털어내고픈 은연중의 행보로 습지를 택해본 것이다. 안산 갈대습지는 시화호로 유입되는 지천의 수질개선을 위해 갈대와 수생식물을 심어서 자연 정화의 일환으로 조성된 습지이다. 폐수에 들어있는 오염 물질의 주요 성분인 질소나 인은 생물이 자라는데 꼭 필요한 성분이어서, 습지식물이나 미생물의 영양분으로 흡수 되면서 저절로 제거되어 습지 식물의 뿌리는 여과제가 되어주다 보니, 자연 친화력의 공존의 모습을 보여주는 체험현장 이기도 하다. 얼핏 보면 그저 갈대밭 같지만 실은 갈대 밑은 물이 흥건해서 그 깊이가 1.5 m 이상이라는 것과 "추락주의" 라는 경고문이 있어 거대한 호수위에 갈대가 자라고 있는 형상이다. 안전한 산책로가 중간 중간 길을 이루고 있어 산책로를 따라 들어가 습지 풍경을 둘러보면서, 날씨가 좀 차가워졌으니 혹시 철새들의 움직임이 나타날까 기대하며 물가로 걸어 들어가 이쪽저쪽 살펴보기로 했다. 허지만 주변공사로 산만하고, 시기적으로도 아직 좀 이른 감이 있었다. 공중을 나는 새 울음소리는 계속되고 움직임도 포착되어 산책로 중간으로 들어가 보니, 큰 물웅덩이 같은 곳에서 오리 떼가 목격되기는 했는데, 어찌나 민감한지 발걸음 소리에도 일제히 날아 가버려. 숨을 죽이고 기다리는 카메라맨들은 서로 표정으로 무언의 대화를 해야 할 지경 이었다. 그럼에도 백로는 카메라에 담기지 않아, 아쉬움으로 깊은 겨울날 철새들이 무리지어 이곳을 찾아올 때를 다시 기약할 수밖에 없었다. 바람에 몸체를 맡기고 바람 부는 방향으로 일제히 흔들리는 갈대는 "바람에 날리는 갈대와 같이 항상 변하는 여자의 마음" 이라는 노래 가사같이 변덕쟁이로 불리기도 하지만, 불순물들을 제거하는 식물의 작용과 그 뿌리의 굳건함을 생각할 때 이타적인 식물 의미로 반전의 느낌을 소중하게 남겨주어, 넓은 습지의 갈대들이 볼수록 정감이 가며 신비하고 아름답게 보여 진다. 자연은 인간이 가꾸고 배양하며 돌보아야 할 선물이다. 인간의 정서는 향수를 주는 자연을 원하고 자연은 인간과 공존하는 것인데 분주한 일상에 밀려 자연 속에서 사색하는 시간을 놓치고 있는지 돌아보면서, 거대한 습지의 풍경 속에서 다소 마음의 여유를 얻는 기분이었다. 거대한 면적으로 조성된 습지에서 호젓한 풍경을 볼 수 있지만, 외진 지역이라 대중교통은 아직 드믄 한적한 곳이다. 글/사진 최선경 https://blog.naver.com/csk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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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 은행나무 길
한국 아름다운 길 100선에 드는 아산 곡교천 은행나무 길은 전국 아름다운 10대 가로수 길이기도 해서 아름다운 길 2관왕 길이다. 가을이면 350여 그루의 은행나무가 노랗게 변해 황금빛 길로 변해 더욱 아름답게 채색된다. 곡교천 은행나무 길은 충무교에서 현충사 입구에 이르는 2.2 Km의 도로에 조성되어 있는데, 자동차를 타고 가며 건너편에서 은행나무 길을 바라보니 일조량 때문인지 양지와 음지에 따라 단풍의 빛깔이 조금씩 다르게 물들어 멋진 가을 길이 조성되고 있었다. 은행잎이 무수히 떨어진 은행나무 길은 마치 노란 카페트를 깔아 놓은 것 같이 노란 낙엽의 길이 되어가고 있다. 우리나라의 기후는 은행나무가 자라기에 좋고, 은행나무에는 "징코민" 이라는 혈액순환 촉진 성분이 있는데 유독 우리나라 은행나무에 이 성분이 많다고 한다. 그래서인가 이즈음엔 은행나무 가로수가 더욱 많아진 것 같고, 도심에서도 은행나무를 많이 볼 수가 있는 것 같다. 길 양쪽에 은행나무가 서 있어 가지를 뻗힌 은행나무가 노란 터널을 이루는 모습도 아름답지만, 곽재구의 시 "은행나무" 에서 보도위의 아름다운 연서로 표현된 길 위의 은행낙엽도 가을에 쓰는 한 줄의 메세지 같다. 노란 색깔은 다양한 느낌을 주는 빛깔 같다. 봄날 노란 식물을 보면 포근하고 따뜻하게 느껴지는데, 가을날 노란단풍은 얇아져가는 기진함과 사라져가는 쓸쓸함을 함축하고 있는듯하다. 봄과 가을이란 계절의 분위기 탓인지도 모르겠다. 어느덧 가을은 깊어졌고 입동이 가까이 오고 있다. 가을을 슬며시 놓아주기 싫어 곡교천에 나온 사람들은, 가을바람을 뿌리치지 않고 은행나무 길에서 단풍과 낙엽과 국화를 만나고 있다. 이파리를 털어내고 가지를 드러낸 키 큰 은행나무도, 아직 채 물들지 못한 파란 잎도 가을 끝에 서서 스산하고 아름다운 양면성의 풍경을 보여주고 있다. 곡교천으로 가는 대중교통은 온양 온천 역이나 현충사 입구에서 버스가 있는데, 자주 다니지 않아 시간 맞추기가 어려울 수 있고, 같은 지점에서 시내 택시 이용도 용이하다. 글/사진 최선경 https://blog.naver.com/csk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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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수궁과 돌담길의 단풍과 낙엽
가을이 깊어가고 있다. 단풍 유명지의 인파가 몰리고 있는 이즈음에 도심의 나무들도 색깔이 바랜 이파리로 가을 정경을 보여 주다가, 기운이 다한 듯 더러는 잎을 떨구기도 한다. 가을은 단풍의 계절이지만 낙엽의 계절이기도 하다. 원래 단풍은 기온이 5도 이하로 떨어지면 나타나기 시작하는데, 나무의 20%가 물들게 되면 단풍의 시작일로 보고, 나무가 물들어 가는 것이 80%에 달하면 단풍 절정일로 간주하는데 그 시기가 단풍 빛깔이 가장 아름다운 까닭이다. 도심 중심지에 있는 덕수궁을 찾은 주말, 덕수궁 정문인 대한문 앞은 시위대의 인파로 매우 혼잡했다. 덕수궁을 관람 하려는 내 외국인들이 꽤 많아서 줄을 서서 한참을 기다려서야 입장했다. 다행히 대한문을 들어서서 우측에 있는 연못 주변은 단풍이 골고루 예쁘게 들어있어서, 인파에 지쳤던 마음이 자연 풍경에 회복되는 기분 이었다. 실상은 나무가 본연의 모습을 잃어버리고 스러져가는 것이라고 할 수 있는 단풍인데, 고운 색깔로 변색되어 사람의 마음을 부드럽게 해주는 애잔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 금천교를 건너 석조전까지 쭉 들어가면서 가을 하늘 아래 곱게 물든 단풍과 기와지붕의 곡선의 조화가 너무 예뻐서, 계속 고개를 들고 기와지붕과 오색 문향의 처마를 쳐다보았다. 기와 위의 잡상도 마치 조각을 얹어 놓은 듯 파란 하늘아래 돋보인다. 잡상이 많을수록 임금이 머무는 좋은 전각으로 친다는데, 중화전 지붕에 잡상의 갯수는 11개로 경복궁과 경회루와 수가 같다고 한다. 중화전은 고종이 러시아 공사관에 피신해 있다 경운궁으로 돌아온 이후 재위기간 내내 사용한 법전 이라고 한다. 들어갔던 길을 되돌아 나와 다시 대한문으로 나왔다. 돌담길을 돌아 현대 미술관까지 가는 길은 예쁜 길로 꼽히는 길이다. 정교한 돌담과 돌담위로 드리운 단풍들이 고울 것이다. 덕수궁에서 나오는 방향으로 대한문 우측으로 돌아가면 덕수궁 돌담길이다. 돌담 위로 드리워진 나무 잎들은 변색되어 고운 단풍이 되었고, 낙엽이 되어 떨어진 잎들은 길 위를 구르고 있다. 단풍은 녹색의 엽록소가 파괴되고 잎 속에 들어있던 색소가 드러나는 현상이라서 노란 색소인 카로틴이 드러나면 노란 단풍이 들고, 붉은 색소인 안토시아닌이 드러나면 빨간 단풍이 되어 자기 빛깔을 드러내면서 계절을 채색하고 있다. 돌담 주변은 친구들과 연인들의 가을 명소로 꼽히는 만큼 돌담을 배경으로 셀 카를 찍는 젊은이들이 눈에 뜨이게 많다. 돌담길엔 천막으로 이루어진 마켓들도 나와 있고, 길거리 공연도 있어 볼거리가 제법 쏠쏠하다. 단풍과 낙엽이 있는 거리에서 공연까지 이루어지고 있으니 도시 안에서 가을의 볼거리를 몽땅 볼 수 있는 최적의 장소이다. 가을이 깊어지면 사라져가는 것들의 애틋함 때문인지 일상에 무력해져 있던 감성의 흔들림을 받게 된다. 때로는 일상의 중압감을 느끼며 내 안에서 답을 구하지 못할 때 고운 빛깔로 아름다움을 전하고 이윽고 시들어가는 식물을 보며 생각의 전환을 가질 수 있으니 많은 의미를 전하는 자연의 풍경이다. 덕수궁은 서울 시청 건너편 쪽에 자리하고 있어서, 시청 광장에서 마켓이나 행사가 있을 때 들리기에도 좋은 위치다. 돌담길은 마켓이나 길거리 공연이 자주 열리고 있고, 돌담과 낙엽 길은 운치가 있어 걷기에 좋아서 이 가을 발길을 부르는 길이다. 글/사진 최선경 https://blog.naver.com/csk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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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 맹씨행단
- 아산 배방읍 중리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민가인 맹사성 고택이 있다. 대한민국 사적으로도 지정된 이 고택엔 맹사성이 심었다는 600년 된 두 그루의 은행나무가 있어서 아산 맹씨행단으로 불리기도 한다. 맹사성은 세종대왕 때 우의정의 벼슬까지 오른 뛰어난 인물 이었으며, 조선 역사에 황희 정승과 더불어 가장 청렴하고 소탈했던 청백리로 알려진 분이시다. 맹사성은 고려 최영 장군의 외손녀 사위라고 한다. 최영 장군은 어린 시절 음악 시간에 "황금을 보기를 돌같이 하라. 이르신 어버이 뜻을 받들어. 한평생 나라위해 바치셨으니..." 이런 가사의 최영 장군을 기리는 노래를 불렀던 기억으로 봐도 훌륭하신 장군으로 알고 있는데, 이 고택도 고려 후기에 최영 장군이 지은 집이라고 전해지기도 한다. 한옥에 가기만 해도 문이나 창살, 기와나 담장이 아름다운데, 더구나 우리나라의 가장 오래된 고택이라고 하니 지붕을 받친 서까래, 기둥, 문살, 마루를 이룬 목재에도 자꾸만 눈길이 가고, 정교하게 돌을 쌓은 담장을 보면서도 애틋한 정감이 느껴진다. 옛 재상이 살았던 고택은 소박하고 담백하게 보이지만, 심플하면서도 정교한 느낌을 갖게 한다. 긴 세월이니 그동안 고치고 손 본 곳이 많겠지만, 그래도 원래의 모습에 근거 했을 것 것 같다. 600년이 되었다는 은행나무 두 그루가 있는 뜰에는 세월 못지않게 굵어진 나무둥지와 무성한 이파리들을 늘어트린 은행나무가 서 있다. 이 은행나무들을 교육방송에서 소개하던 것을 본적이 있는데, 맹씨 행단은 은행나무 단이 있는 맹씨의 집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맹사성이 은행나무 아래에 단을 쌓고 후학들을 가르친 옛집이라는 뜻에서 맹씨행단이라 불리고 있는 것이다. 고택 뒤엔 초록 나무들이 어우러져 있고, 세 분의 정승이 모여 나라 일을 의논 했다는 삼산당이라는 정자와 세덕사라는 사당도 있다. 새로이 마련된 기념관이 입구에 있어, 맹씨 행단에 관해 더 소상히 마련된 자료들도 볼 수 있다. 오래된 고택이니 만큼 잘 보존 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계속 정비되어 있음을 느낄 수 있다. 고택이 이곳에 남아 있어 이렇게 오랜 세월이 지났지만, 맹사성 이란 분의 삶을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으니 집이 주는 힘도 대단하다는 생각에 고택에 계속 눈길이 머문다. 주소는 아산시 배방읍 행단길 25를 치면 되고, 대중교통은 배방역에서 시내버스가 있다. 글/사진 최선경 https://blog.naver.com/csk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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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 맹씨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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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당 저수지 의좋은형제 공원
- 조선 후기의 실학자 이중환이 현지답사를 기초로 저술한 "택리지"에서 내포 땅이 충청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땅이라고 썼는데, 내포 땅이 바로 지금의 예산 이라고 한다. 예산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저수지인 예당저수지가 있는데, 저수지 폭도 크지만 저수지 둘레를 도는 거리가 40KM나 되어 거대한 강이 흐르는 것 같다. 그 저수지 인근에 의좋은 형제 공원이 있다. . 예당저수지는 상류의 집수구역이 넓어 담수어의 먹이가 풍부하게 흘러 들어오기 때문에, 양식장과 낚시터로도 이름이 나있어 강태공의 발길이 잦은 곳이다. 좌대 낚시로 유명한 곳이어서 물위에 떠있는 좌대들이 또 다른 풍경을 보여주고 있는 저수지 주변의 풍경이 신선하다. 의좋은 형제 공원은 어릴 때 국어 교과서에서 배운 이야기가 있는 곳이다. 교육을 위한 우화인줄로만 알았는데, 예산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이란 것이 형제의 비가 발견되면서 증명된 것이다. 충남 예산에서 이성만과 이순 형제가 나눈 형제애가 귀감이 된다고 해서 연산 3년에 우애 비를 건립하고 이야기로 전해지다가, 초등학교 교과서에 수록되어 지난 50년간 청소년들의 교육 자료로 활용되었다. 의좋은 형제 이야기는 수확기가 되어 추수를 한 형제가 양식이 되고 금전의 역할을 해주는 곡식을 똑같이 반으로 나눠, 빈 논에다 각각 쌓아 놓는데서 시작된다. 집에 돌아와 생각해보니 형은 동생이, 동생은 형이 곡식이 더 필요할거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서로 식구가 많은 형을, 새로 살림을 시작한 동생을 생각하며 말을 하면 받지 않을지도 몰라, 자기 몫의 낟가리를 한 무더기 짊어지고 가서 상대의 낟가리로 옮기다보니 밤새도록 옮겼는데도 어느 낟가리도 줄지 않아 이상하게 생각하며 새벽까지 옮기던 형제는, 동틀 무렵 추수가 끝난 논 한가운데서 만나 서로를 확인하며 얼싸안게 된다. 예산군은 대흥동헌 앞에 의좋은 형제 상을 건립하고 의좋은 형제 공원을 조성했는데, 사당 앞에 세워진 의좋은 형제 상을 보니까 국어책에 실렸던 삽화와 비슷해서 오래전 기억이 추억되어 떠오른다. 바윗돌에는 의좋은 형제 이야기가 수록된 국어교과서가 나란히 새겨져 있고, 의좋은 형제 공원엔 마치 당시의 형제 생활모습을 재현하듯 가옥과 밀랍 인형으로 형상들을 조성해서, 교과서에서 읽은 단면적인 이야기 외에도 형제가 지극한 효자였고 모본적인 삶을 살았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타적인 삶을 산 의좋은 형제는 그 삶으로 아래 세대에까지 교훈을 전하고 있는 것이다. 여행은 그 자체가 일종의 교육이다. 사람은 여행을 통해 새로운 생각과 변화의 가능성에 마음의 문을 연다. 가끔은 타인의 위로보다 스스로 생각을 정리하며 가다듬는 시간이 필요해서 여행을 떠나는 것도 같다. 예산 여행은 유년기의 기억을 통해 조용한 여행지에서 많은 말보다 고요함이 던져주는 평안함을 경험할 수 있는 시간 이었다. 글/사진 최선경 https://blog.naver.com/csk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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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당 저수지 의좋은형제 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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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한역에서 정암사,만항재까지
- 절기를 속일 수 없음인가. 말복이 지나고 입추에 이르러서도 꿈쩍을 않던 더위가 처서가 지나자 슬슬 고개를 숙이며 살갗에 감도는 바람이 선선해졌으니, 여름이 지나면 더위도 가시고 신선한 가을을 맞이하게 된다는 처서의 의미 앞엔 어쩔 수가 없었나 보다. 아직도 열매를 여물게 하려는 한낮의 따가운 볕은 여전하지만, 만항재 전나무 숲을 찾아가는 발길은 아직 다 보내지 못한 여름날과 함께 기대와 설렘이 있었다. 함백산 만항재는 한 여름에도 평균기온이 섭씨 21도 밖에 되지 않는 고 냉지로 해발 1,330m의 고산이지만, 만항재까지 자동차도로가 닦여 있어서 우리나라에서 자동차로 올라갈 수 있는 가장 높은 곳이기도 하다. 여행의 백미는 너무 익숙해져 감동이 없는 일상을 떠나 새로운 풍경을 찾는데 있다지만, 때로는 전혀 낯선 풍경보다 이전에 친근했던 그래서 그리워했던 풍경을 만나는 감동이 비할 데 없이 행복한 순간을 맞게 한다. 청량리역에서 기차를 타면 선로의 안락함을 느끼며 오밀조밀한 산과 물과 마을의 정경을 차창 밖 풍경으로 만나다가 도착하는 고한역은 만항재로 가는 시발점이 되는 곳이다. 이번 만항재 가는 길은 자동차가 아닌 기차여행을 택한 것이다. 고한역을 나가 시장 쪽으로 걸어가면 도로 한쪽에 해발 700m라는 표시의 돌비가 있다. 고한역 인근이 해발 700m라면 만항재 까지는 630m를 더 올라가야 한다. 도로가 제법 원활해서 자동차로 올라가기엔 용이 하지만, 기차 여행을 하게 되면 버스나 택시를 이용해야 한다. 만항재를 지나는 버스는 하루에 몇 번 다닌다고 하니까 시간을 맞추기 어렵고, 택시를 타는 것이 쉽다. 고한역에서 정암사까지의 거리는 4.28 km이고, 만항재까지의거리는 10km쯤 된다. 정암사는 만항재로 오르는 길옆에 있는 사찰이다. 신라의 자장율사가 창건했다는 별로 크지 않은 고찰인데, 부처 몸에서 나온 진신 사리를 수마노탑에 보관해 놓은 절이라 이곳엔 부처상이 없다고 한다. 역에서 내려 비교적 가깝고 길옆이라 마치 동네에 있는 사찰 같이도 느껴지지만, 따지고 보면 강원도 깊은 산 속에 자리한 사찰이다. 이곳을 흐르는 물은 일급수라서 천연기념물인 열목어도 산다고 들은 기억이 난다. 자연 청정 지역인 셈이다. 경내를 돌아보고 암자를 둘러싸고 있는 숲의 향기도 맡으며 휴식의 시간을 갖기엔 적합한 것은 정암사는 찾아올 때마다 비교적 한산하고 차분한 느낌의 장소이기 때문이다. 불가의 산타클로스라고 하는 포대화상의 웃음이 천진한 느낌을 전해 주는데 이전에 왔을 때는 본 기억이 없으니 새로이 안치해 놓은 것 같다. 산길을 굽이굽이 돌아 만항재까지 올라왔다.만항재는 정선군 고한읍에서 올라가는 길 외에도 영월군 상동읍과 또 태백시로 가는 길과도 만나는 지점이라 길이 이쪽저쪽 뚫려있고, 만항재 정상은 마치 넓은 들판같이 밋밋한 벌판이 펼쳐진 가운데 전나무 숲과 야생화들이 제멋대로 피고 지는 곳으로 천상의 화원이라는 대명도 갖고 있다. 야생화는 일조량에 따라 수시로 그 빛깔을 달리하며 피고 지는데, 일조량은 계절은 물론 아침과 한낮이 다르고 맑은 날과 흐린 날이 달라서 때에 따라 모양새를 달리하는 천연의 들판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야생화 축제 기간에 이곳을 찾는 관람객들을 위해 길과 야생화 밭을 구분해놓은 줄들과 꽃 이름 팻말을 세워놓은 모습 사이로 산책길들이 보이는데, 나무사이로 지나는 바람과 꽃 틈에 어리는 향기가 얼굴을 간지럽힌다. 가벼운 옷차림으로는 숲길을 돌아다닐 수 없을 만큼 숲속은 한기가 느껴진다. 분명 아직도 여름인데 숲에는 가을이 온 것 같은 착각을 하게 되는 건 만항재의 평균 기온이 낮은 까닭도 있겠지만, 산바람이 숲 사이로 스며들고 있음이다. 열기와 습기로 끈끈했던 도시를 떠나 천연의 숲에서 느끼는 신선함과 쾌적함을 경험하는 진정한 숲속의 피서지에서 풀숲사이 사이사이 핀 야생화들 만나며 절로 웃음이 배어나오는 것은, 제멋대로 자라 흐드러진 야생화의 시든 떡잎과 벌레 먹은 이파리조차 정겹고 자연스러운 까닭이다. 깊은 산속엔 정적이 흐른다. 숲길을 돌아다니는 사람들은 있지만 셔터소리와 탄성이 간혹 들려올 뿐, 나무와 풀꽃들이 소리조차 삼켜버려 오직 자연의 속삭임과만 함께 할 수 있었던 전나무 숲속의 아늑한 시간 이었다. + 글/사진 최선경 https://blog.naver.com/csk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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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한역에서 정암사,만항재까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