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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회 수주문학상 수상작 "수박의 정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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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5.10.11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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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회 수주문학상은 김보라 시인의 "수박의 정점에서"로 확인되었다.

 

"수박의 정점에서"

김보라


새빨갛게 익은 폭죽을

어떻게 보관해야 하나

이불에 누워 냉장고를 쳐다본다


해바라기가 갑자기 말해도 놀라지 마

어차피 지구는 멸망할 거야


인간이 말한 거니까

아마도 이뤄질 거야

냉장고가 시끄럽다


수박은 언제까지 썩지 않고

익을 수 있을까


여전히 새들을 날아다니고

폭포는 아래로 쏟아지고

무리에는 사랑이 있는데


빙하는 잘못이 없고

잘 녹는다


아이들은 계속 태권도 학원에 다닌다

앉아 있을 미래를 위해

아이들은 미리 많이 뛰어두고

가방 안에서 녹아 붙어버린 사탕을 보고도

놀라지 않는다


그럼에도

도로는 녹아 흐르고

공사장마다 불꽃이 튄다

사막은 아득하게 늘어나고


수박을 갈라보자

터져버리기 전에


지구가 터지기 전에

여름으로 예행 연습하듯이


마치

계단 올라가는 소리에

잠이 깨는 아이가 없는 낮

새가 날지 않고

마른 수박씨가 깨지고

풍경이 없는 날


폭풍 전야에 터트리는

빨간 폭죽같이


지구 최후의 날

수박을 두드려봐

작은북 소리가 나면 좋잖아


반으로 갈라지는 상상

어서 오세요

새로운 세상에

인사하는 상상


깨끗한 도마와 칼

그리고 수박이 있다

아직은 지구가 있다


이번 27회 수주문학상(운영위원장 박희주)에는 모두 498명이 4061편의 시를 응모하였으며, 시상식은 오는 19일(일요일) 수주도서관에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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