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라 호수공원의 가을
산책로를 따라 호숫가를 걷다보니 그 곳에 가을이 모여 있었다.
공항철도가 인천국제공항 쪽으로 지나가는 곳에 청라 국제도시가 있다. 청라 국제도시에 간 길에 인근 청라호수공원에 들렸는데 산책로를 따라 호숫가를 걷다보니 그 곳에 가을이 모여 있었다. 물 억새와 부들은 물론이고, 잔잔한 꽃잎을 펼치고 피어 있는 들국화도 간간히 볼 수 있어 가던 걸음을 멈춘 채 시선을 빼앗길 수밖에 없었다.

대개는 10월 하순 무렵의 상강이 되면 서리가 내리기 시작하고 더운 기운은 떠나고 찬 기운이 서린다고 하는데, 올해는 상강이 오기 전에 이미 기상대 관측상 서리가 내렸다고 한다. 가을이 급히 와서 이미 찬 기운이 완연하니 올 가을은 좀 빠르다고 볼 수 있는듯한데, 그래서 신선한 가을을 더 빨리 대면하게 되는 것 같다. 바람도 없는 잔잔한 호숫가는 알맞게 선선하다.
물 억새는 물가의 습지에서 무리지어 자라는 습지 식물이다. 키가 25~40 cm 쯤 되는데, 밭을 이루듯 호수 변에 무리지어 자리 잡은 광경이 멀리서 또 가까이서 보아도 변함없이 가을 정취를 풍긴다. 일정한 키의 물 억새들이 집합된 호숫가에서 그 중 숙여지는 고개를 다시 쳐들며 조금 더 큰 키로 줄기를 세우고 있는 억새들이 하늘을 배경으로 호수를 배경으로 더 예쁜 그림을 보여주고 있다. 때론 일률적인 것 보다 조금씩 튀어 오른 것이 배경을 돋보이게 하는 형상이다.
다리 위에 서서 호수를 내려다보다가 다리를 건너 길 따라 다시 호숫가를 걷다보면 부들 틈에서 벌개미취 꽃도 만나고, 뜻밖에 들꽃 무리가 피어 있는 것을 발견하기도 한다. 이곳의 핀 작은 꽃들이 탄성이 나올 만큼 반가운 것은 예상치 않은 만남이기 때문인 것 같다. 가을을 맞아 국화도 억새도 대단지로 조성한 곳이 많아 찾아가면 또 반갑게 만날 수 있겠지만, 이곳에서 가을꽃을 보게 될 줄 미처 몰랐었던 까닭에 호숫가 비탈에서 자라는 식물들이 정녕 아름답게 느껴져 반기게 된다.
잔잔한 꽃잎이 고운 벌개미취가 마른 넝쿨을 비집고 나와 피어있고 산국으로 보이는 동글동글한 노란 꽃도 호숫가 언덕에 줄줄 피어있다. 보통 이 꽃들을 대개는 들국화라고 부르는데 사실 들국화라는 식물의 명칭은 없다고 한다. 그저 산이나 들에 피어나는 국화과의 식물을 통 털어 그렇게 부른다는 것이다. 허지만 입에서 익은 들국화란 명칭이 오늘은 더 정겹게 느껴지는 것은 호숫가 기슭에 마른 나무와 풀들 사이를 헤치고 나와 의연하게 자리 잡고 꽃을 피운 강인함이 이름과 닮은듯하며 더욱 곱게 느껴짐이다.
유리 같이 투명한 게시판엔 청라 호수공원에 살고 있는 식물들의 사진과 이름이 설명되어 있다. 이름과 모습을 매치 시키며 일일이 뜯어볼 수 있는 안목을 가지지 못했지만, 오늘 만난 자연적인 식물들만도 감사하고 흐뭇하기만 하다. 호수공원을 ㄷ 자로 돌아 이른 곳엔 물위에 떠있는 듯한 예쁜 정자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고, 말갛게 갠 하늘과 잔잔한 호수가 평화로운 가을날이다.

글/사진 최선경
https://blog.naver.com/csk3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