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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숙미 연재 단편소설 "달빛 키스" [3]
      나를 주저앉혀 놓고는 상보가 덮인 작은 상을 들고 왔다. 파릇한 부추를 넣은 물국수 두 그릇이 정갈하게 놓였다. 배가 고프긴 했지만 쉽게 넘어갈 것 같지 않았다. 그녀는 눈짓으로, 젓가락으로 재촉을 했다. 한 젓가락 돌돌 말아 먹어 보려는데 울음이 벌컥 터졌다. 그녀가 내 등짝을 퉁퉁 치며 먹지 않으면 혼날 줄 알라며 으름장을 놓았다. 엄마에게 혼나고 울음 참는 아이처럼 꾸역꾸역 국수를 먹었다. 상을 들고 나가더니 차를 내왔다. 쑥부쟁이 차란다. 뜨거운 물에 쑥부쟁이가 색바랜 꽃잎을 펼치며 은은한 향내를 풍겼다. 차 맛이 정주 인생을 대변하듯 달짝지근하면서 쌉쌀했다. 이런 차를 마셔 본 적도 없건만 두 잔이나 마셨다. 마음이 가라앉고 퉁퉁댔던 순간이 머쓱해졌다.    햇살을 받으며 산사를 거닐었다. 산사 주변까지 말끔하니 스님들의 손길이 느껴졌다. 뒤뜰 암자 옆에는 어미 개가 드러누워 있고 강아지 두 마리는 흙먼지를 일으키며 장난스레 뒹굴고 있었다.    “우리 칸츄리 연애는 하니?”   “칸츄리가 별수 있나?”   “얘야, 연애는 저 강아지들처럼 흙먼지를 일으키며 뒹구는 거란다.”   “스님께서 무슨 상스러운 말씀이시래요.”   산길로 들어섰다. 그녀는 산나물과 버섯 따는 얘기를 하고, 나는 대학 다니는 얘기를 했다. 서로를 인정하는 대화가 자연스러웠다. 정주와 이토록 허물없던 적이 있었을까. 학교 땐 왜 그렇게 질투하고 견제했는지. 그 아름다운 시절을. 이제는 스님이라 불러야 할 것만 같아 말끝을 흐렸다. 눈치 빠른 그녀는 말끝마다 칸츄리, 칸츄리했다. 불편하게 하지 않으려는 배려였다. 나는 그대로이나 정주는 분명 다른 세계에 있었다.    나를 암자에서 쉬게 하고 밥을 지어오겠다며 나갔다. 다리를 쭉 뻗고 누웠더니 내가 여기 온 이유를 잊을 정도로 편안했다. 정주야말로 아무 번뇌도 없는 걸까. 그새 잠이 들었는지 문 두드리는 소리에 일어났다. 밥상이 들어왔다. 된장국에 갖은 산나물이 입맛을 돋웠다. 초식 만찬이었다. 상을 내갈 때 내 소설이 실린 문예지를 상보에 올려놨다. 그녀가 싱긋 웃었다.  어둑해지는가 싶더니 이내 달이 떴다. 절 마당에 달빛이 고고하니 들어섰다.   “오늘 밤 달이 참 밝다. 네가 와서 그런가.”    “적적하겠어요.”    “편하게 해. 칸츄리!”   마당 가장자리 너른 바위에 앉았다. 가을 풀벌레 소리가 멈칫거리다가 다시 자지러졌다. 달빛이 승복을 비추며 그녀를 더욱 단아하게 만들었다. 고우면서도 안타까웠다. 왜 이런 모습인지. 어이가 없긴 여전했다. 그 남자 만났던 일을 꺼냈다.    “그를 우연히 만났어.”   “잘 지낸다던?”   “그런 것 같았어.”   “잘됐네.”   “스님이 된 줄은 모르는 것 같았어.”   “그런 말 할 거 없어.”   “나는 화 나더라. 너와는 오래전 일이라는 거야.”   “맞지 뭐.”   “비겁한 자식. 예쁜 여자 끼고 돌아다니더라고.”   “이런, 성질하고는.”   “내가 그간의 사정을 알아야 따지든지 말든지 하지. 왜 헤어졌냐고 캐물었더니 나한테 말할 이유 없다며 홱 가버렸어.”   “그래서 왔구나. 잘 왔어.”   “이젠 말하지 않아도 돼.”   “궁금해서 한달음에 달려 온 우리 칸츄리를 그냥 보내서야 쓰나. 너한테는 말하고 왔어야 했는데 그럴 상황이 못 됐어. 만신창이로 왔으니까.”   말을 멈추었다. 겨우 꺼내 놓고 보니 회한이 이는 모양이었다. 나도 가만히 있었다.   “서울에서 동거한 지 2개월쯤 됐을 때 걔네 어머니와 누나가 들이닥쳤어.”    “......”   “드라마의 명장면이 연출 되었지. 세 사람이 거의 실신 상태가 되었을 때 그가 왔어. 또 한바탕 전쟁이 났지. 그의 어머니가 아들 뺨을 때리고, 아들은 어머니를 끌어안고 누나에게 소리 지르고. 가관이었어.”    “왜 그렇게까지.”   “우리 엄마 직업을 알아버린 거지.”    그날 밤 그는 어머니를 달래러 따라가서는 오지 않았다고. 며칠이 지나니 남자 둘이 들이닥쳐서 방에 있는 물건들을 장난하듯 둘러 엎었단다. 황새가 뱁새 따라가려다가 가랑이 찢어진다고. 이쯤에서 떠나는 게 신상에 좋을 거라고. 엄마가 다칠 수도 있다며 협박하더라고. 엄마는 정주가 공부해서 좋은데 시집가기를 바랐건만, 엄마의 쪽박이 깨지게 생겼더란다. 정주는 떠날 테니, 엄마는 다치게 하지 말라고 무릎을 꿇고 빌었다고. 정주 엄마는 부둣가 술집 색시들 엄마였고 일명 포주였다. 내게는 싸우다가 불어버린 비밀이었고. 누가 부모에 관해 물으면 개인 사업자라고 한다는데. 별로 개의치 않는 듯해도 가장 큰 콤플렉스 같았다.    여인숙을 전전하며 그의 학교를 찾아가 봤으나 만나지 못했다고. 휴학하고 유학 준비 중이라는 말만 듣고 마산으로 내려왔단다. 그의 집 앞에도 가보고 골목에서 기다려도 봤지만 만나지 못했다고. 며칠 만에 가정부를 만나 그의 소식을 들었단다. 그의 어머니가 실신해서 며칠이나 입원하는 바람에 서울에는 갈 수 없었을 거라고, 누나가 서울로 오가며 서류를 만들고 쫓기듯 일본으로 유학을 갔단다.    “마산 너희 집에도 찾아오지 않았니?”   “내가 우리 집을 말해 준 적이 없지. 거기 살지도 않았고.”   “어디 살았어?”   “너는 죽다 깨어나도 모를 세계에서. 될 대로 되라 싶었지.”   “미쳤어.”   “더 해야 하나?”   “됐어.”   정주 인생의 내리막길이 더 나쁘다면 듣는 것만으로도 힘들 것 같았다. 둘 다 입을 다물었다. 풀벌레 소리는 우리가 없는 듯 요란해졌다. 그녀 쪽으로 얼굴을 돌렸다. 측은해서 바라봤는데 도리어 담담했다. 지금까지 내게 들려준 사연은 감정이 배제됐을까. 더는 말하지 않을 줄 알았건만 침묵을 깼다.   “엄마가 술김에 약을 먹어버렸대.”   나는 얼굴을 돌리지도 못한 채 얼어버렸다. 한기가 엄습한 듯 온몸이 떨려왔다. 남의 일처럼 말하는 그녀가 어이없었다. 위로해야 하지만 그녀의 머리를 쥐어박아 버리고 싶었다. 바짝 다가앉았다.    “그게 뭐야. 도대체 그까짓 사랑이 뭐라고. 어떻게 될 대로 되라고 살아버릴 수가 있어? 엄마 때문에라도 정신을 차렸어야지. 철든 척은 혼자 다 하면서.”    나는 목소리는 낮췄으나 돌벽을 치듯 질책을 했다. 정주는 당해도 싸다는 듯이 달만 보고 있었다. 어릴 적 사랑의 불장난이었다고 하기엔, 그녀 인생이 너무나 가혹했다. 그 남자가 원망스러웠다. 정주가 절에 있다고 했을 때 왜 냉담한 척했을까. 내가 물어보기 전에 정주 소식을 먼저 물어봤어야지. 싫어서 헤어진 것도 아니면서. 부모가 갈라놓는다고 잠적해버리다니. 비겁한 자식. 나중에라도 찾았어야지. 가책이라도 느끼게 정주 앞에 끌어 다 놓고 싶었다. 그때도 냉담할 수 있을지. 제발 오래도록 자책하고 괴로워했으면 싶었다.    그녀가 달빛을 구기며 일어섰다. 달그림자에 키가 더 커 보였다.   “정주 인생이 그렇게 흘러왔네.”    나는 질질 울었다. 그 자식을 또 만난다면 귀싸대기를 후려갈겨 주고. 인생 그따위로 살지 말라고 이죽거려 주고. 이게 왜 책임질 일이 아닌지 따지고 싶었다. 무책임한 자식! 속으로 온갖 욕을 해댔으나, 그녀의 담담함에 비난이 쑥 들어가 버렸다. 대신, 애초에 나하고 친구가 되지 말았어야 했다고. 그랬으면 그토록 그에게 집착하지 않았을 거라고 자책만 늘어놓았다.    “무슨 소리!”   이제야 나한테 밀린 숙제를 한 것 같단다. 나를 일으켜 양어깨를 툭툭 쳐주고는 달빛을 등지고 걸음을 옮겼다. 천천히 걷는 모습엔 예전의 그녀는 없었다. 다 벗어버린 자의 초연함만 승복에 실렸다. 원을 그리듯 한 바퀴를 돌아와서 벙긋이 웃었다. 달빛 받은 콧날은 여전히 정주이나, 무늬 없는 도기같이 맑아 보였다. 그녀는 내게 밀린 숙제를 한 것 같다는데, 나는 그녀 인생이 목구멍 가시처럼 남아 통증을 더했다.    “너를 보니 그를 본 듯하네. 몹쓸 기억이야.”   “아름다움으로 바꾸지 못한 추억은 유죄야.”   “제법인데,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거라.”   그녀가 농담처럼 가볍게 던지는 말에도 나는 아팠다. 서로를 껴안았다. 장삼 품이 내 작은 몸을 온전히 감쌌다. 나는 돌이킬 수 없는 회한의 눈물을 그녀의 장삼에 흥건히 묻혔다. 그녀를 견제해 왔던 자잘한 감정들이 씻겨나갔다.    “잘 자고 내일 아침 먹고 내려가.”   같은 방에 잤으면 했는데 이부자리를 펴주고 나갔다. 문 앞에서 미소 한번 띄워 주는 모습만으로 돌아섰다. 장삼으로 감싼 고통이 언뜻 보여 목이 메었다. 뒷모습엔 정주는 없고 단아한 여승만이 달빛 비치는 마당 가로 걸어갔다. 방문을 닫았다. 고무신 타박이는 소리가 점점 멀어지고, 산사의 정적이 순식간에 짓눌려왔다.    옷을 입은 채로 이부자리에 들었다. 문예지를 준 게 후회되었다. 지금쯤 소설 「달빛 키스」를 읽지 않을까. 그녀의 묵은 감정을 들쑤셔놓는 건 아닌지. 그날의 달빛 키스는 영원히 무죄라고. 그녀가 또 상처받는데도 나는 달빛 키스는 하고 말리라고. 결국 사랑의 큐피드는 내 것이었다고. 그 남자와 신혼여행 가는 장면까지 써놨으니. 소설이지만 내 감정이 오롯이 들어간 걸 알았을 텐데. 번뇌 접은 스님으로 웃어넘겨 줄까. 부끄럽고 미안했다.    내가 만나러 온 게 잘한 건지. 도리어 그녀의 혼란만 키운 건 아닌지. 면벽의 시간이 길어질지도 모르겠다. 새벽 목탁 소리가 났다. 잠 못 이룬 그녀의 수행이지 않을까. 마주 보며 돌아설 용기가 나지 않았다. 장삼으로 감싼 그녀의 고통을 보아낼 자신이 없었다. 불을 켜지 않고 잠자리를 정리했다.    방문을 살며시 열었건만, 뒤뜰 강아지들이 낑낑대며 달려왔다.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살그머니 산사를 빠져나왔다. 그녀는 분명 내가 가는 것을 알았을 텐데 내다 보지 않았다. 드러내지 않는 그녀의 고통이 느껴졌다. 서로를 보지 않은 게 다행스러웠다. 여명이 깃드는 산길을 내려왔다. 또 올 수 있을까. 그때는 가벼운 마음으로 친구 스님 만나러 올 수 있었으면. 어색하지 않게 여정스님으로 부를 수 있었으면.   버스를 기다렸다. 승복 입고 예쁜 코를 찡그리며 웃던 그녀의 모습이 떠올랐다. 내게 얼마나 오랜 고통으로 남으려고 눈에 어릴까. 소설을 써야겠다. 미소 한 번 띄워 주는 모습만으로 돌아서던 그녀를 위해.        최숙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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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12-12
  • 이재학 에세이(3) 세상의 고양이들은 뭐 하고 있나
    이재학 에세이(3)  세상의 고양이들은 뭐 하고 있나    오늘도 쥐의 공격을 받았다. 예전에도 쥐들의 공격을 받았지만 그때는 일회성 공격에 그치고 말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쌀 포대를 공격하는 쥐를 잡았다고 안심하면 또 다른 쥐가 공격을 하고, 또 쥐를 잡으면, 또 다른 쥐가 공격을 하는 식의 연속적인 공격이 이루어졌다. 나는 쥐의 공격에서 쌀 포대를 지키느라 신경이 예민해졌다.   쥐를 잡으려면 쥐의 생리를 잘 알아야 한다. 쥐가 쌀 포대를 공격하는 길목에 지뢰(쥐 끈끈이)를 설치해야 된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많은 지뢰를 설치하더라도 무용지물이다. 나는 정확히 쥐가 다니는 길목에 지뢰를 놓고 쥐를 잡았지만 쥐들은 집요하게 공격을 해왔다. 쥐들도 우리 인간이 정보를 공유하듯이 정보를 공유하는 게 아닌가 싶었다. 예전의 쥐들에게서는 볼 수 없는 일이었다.   나는 쥐들과 전쟁을 하느라 힘들었다. 그때 우리 집을 포함한 주변지역을 관할하는 고양이를 만났다. 우리는 가끔 길에서 마주치곤 했다. 고양이를 보자 갑자기 화가 폭발했다. 나도 모르게 큰 소리로 외쳤다.  “정말 세상의 고양이들은 뭐 하고 있는 거야?”  나는 분노의 외마디를 외치고는 담장위에서 내려다보고 있는 고양이를 불렀다.  “고양이 아저씨 오늘 바쁜가?” 고양이가 갑작스런 나의 질문에 놀란 듯 멍하니 바라보더니 고개를 가로저었다. 고양이가 귀찮다는 듯이 물었다.  “사장님 왜요?”  “고양이 아저씨 면담 좀 하고 싶은데.”  내 말에 고양이는 태도를 바꾸면서 물었다.  “무슨 일로요?”  “우리 집에 쥐들이 많이 늘었는데 어떻게 생각해?”  내 말에 갑자기 고양이가 야옹하면서 웃었다. 그 웃음은 마치 나를 비웃는 듯 했다. 나도 순간적으로 인상이 찌그러졌다.  “쥐 이야기를 왜 저한테 하세요?”  나는 고양이의 말을 듣고 어이가 없었다. 쥐 이야기를 고양이한테 안 하면 누구한테 한단 말인가? 그럼 개한테 쥐 이야기를 하란 말인가? 내가 헛웃음을 짓는 사이 고양이가 말을 이어서 했다.    “사장님 요즘 세상에 쥐를 잡아먹는 고양이가 어디 있어요. 사장님 주변을 한번 둘러보세요. 먹을 게 철철 넘치는데 힘들게 쥐를 잡으려고 애쓸 필요가 있을까요? 사장님이라면 쥐를 잡겠다고 고생하시겠어요?”  고양이의 예상치 못한 답변이었다. 고양이의 말이 틀린 게 없었다. 우리 집 골목만 하더라도 고양이 밥을 챙겨주는 곳이 있다. 그뿐만 아니었다. 고양이들은 밤이면 사람들이 내놓은 쓰레기를 뒤졌다. 고양이의 말처럼 힘들여 일해서 밥을 구할 필요가 없었다. 밥이 있는 곳을 찾아서 순례를 하면 되었다. 내가 답변을 못하고 머뭇거리자 고양이가 말을 했다.  “사장님 내 말이 맞지요. 그러니 쥐들이 많을 수밖에 없지요. 요즘 쥐들은 우리 고양이들을 보아도 부리나케 피하지 않아요. 그냥 어슬렁거리지요. 왜 그런지 아세요. 쥐들도 우리 고양이들이 자신들을 잡아먹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요. 이런 모습을 보고 세상 망조가 들었다고 하실지 모르겠지만 현실이 그런 걸 어쩌겠어요.”  고양이의 말이 맞다. 쥐와 고양이는 이제 서로상관이 없다는 것을 미처 눈치 채지 못한 내가 미련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 돌아서려는데 고양이가 불렀다.  “사장님 그래도 저는 자존심이 있는 고양이에요.”  갑작스런 고양이의 자존심이라는 말에 발길을 멈추었다. 무슨 말인가 싶어 담장 위의 고양이에게 물었다.    “자존심이라니. 그건 또 무슨 말이야?”  고양이가 기분이 좋아졌는지 어깨를 으쓱하고는 말했다.  “많은 고양이들이 야생의 본능을 포기하고 개처럼 사람들 집에서 살고 있는 것 알고 계시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전에는 집에서 기르는 고양이도 다 자라면 대개는 집을 벗어나 떠돌이생활을 했다. 요즘 고양이들은 다 자라도 집을 떠나지 않는다. 고양이들도 세대차이가 있어서 그런가 싶다.   “저도 다른 고양이들처럼 편하게 살 수 있었지만 사장님이 아는 것처럼 전 고양이의 자존심을 지키려고 스스로거리로 나왔습니다. 당당히 경쟁해서 이 구역을 차지하고 있고요. 그러니 자존심 있는 고양이가 맞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슬쩍 고양이를 자극했다.  “그럼 끝까지 자존심을 지켜야지.”  “무슨 말씀이죠?”  “자존심을 지키려 편한 삶을 포기했으면 밥도 스스로 구해 먹어야지. 밥은 사람들에게 의지하면서 정말 자존심을 지킨다고 말할 수 있을까?”  고양이가 내 말에 몸을 웅크리고는 한참을 뜸을 들이더니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쥐를 잡아서 밥을 해결하는 것은 너무 힘든 일이었습니다. 거리로 나와 제일 힘든 건 역시 밥을 먹는 일이었고요. 그래서 많은 고양이들이 집을 떠나지 못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전 정말 제 자존심의 반을 밥과 맞바꾸었습니다. 부끄럽지만 이게 저의 현실입니다.”  말을 마치자 고양이는 겸연쩍은 얼굴로 야옹하고 웃었다. 나도 더 이상 고양이를 몰아세우고 싶지 않았다. 나는 반쪽의 자존심이라도 지키려 분투하는 고양이를 응원하기로 했다.(2022)   이재학 에세이(3)  세상의 고양이들은 뭐 하고 있나 (20251211이재학) 이재학 작가 마라토너, 소새울 소통미디어 협력단 대표, 부천 소새울에 산다 발행인(전), 복사골문학회, 부천작가회의, 부천수필, 부천시인 저서 『나는 마라토너다』 『길에서 다시 찾은 행복마라톤』 『황소도 말처럼 뛰나』 『엄마가 치매야』 『소사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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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12-12
  • 최숙미 단편소설 연재 "달빛 키스"(2)
    정주가 한동안 나를 못 본척했다. 나도 아는 척하지 않았다. 어느 날은 요즘 예뻐졌다며 무슨 좋은 일 있느냐고 물었다. 뜨끔하기는 했어도 대꾸하지 않았다. 사실은 눈만 뜨면 키스 장면이 떠올라 가슴이 설레었다. 사진이라도 있으면 닳도록 꺼내 볼 것만 같았다. 몇 주가 지나고, 지난번에는 미안했다며 자기 집에 놀러 가자고 했다. 혹시 걔를 만날 수 있으려나. 못 이긴 척 따라갔다.    집은 사람이 살지 않는 것처럼 적막했다. 팔손이나무 사이로 보이는 거실 유리창 앞엔 키 큰 국화 화분이 정갈하게 놓여 있었다. 정주는 두리번거리는 나를 끌고 자기 방으로 올라갔다. 사 들고 간 떡볶이를 먹었다. 자기 집은 학교에서 멀어 여기서 산다고. 나는 학교와 가까워 연보라색 통학버스가 타고 싶었건만. 이곳은 자기 엄마가 아는 일본인 회사 간부 집이라고. 빈방이 있다며 와서 살라고 했단다. 남학생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 나도 물어보지 않았다. 주인아주머니는 차갑고 말이 없어 눈치를 보게 된다고. 언니 같긴 해도 말 없는 정주가 아니었다. 주인아주머니 눈치를 본다는 말에 갑자기 친숙해졌다. 나는 본 적도 없는 주인아주머니 험담을 늘어놨다. 정주는 수다도 떨 줄 아냐며 웃어 재꼈다.   수업이 끝나면 둘이서 미술실로 가는 연못가에서 놀았다. 돌 틈엔 붓꽃이 피고 졌다. 정주는 팝송을 곧잘 했다. crazy love를 소리 낮춰 부르다가 멍하게 앉아 있기도 했다. 무슨 생각을 하느냐고 묻기도 뭣해서 말없이 헤어지곤 했다. 가끔 내 가방을 뒤져 친구에게 쓴 편지를 읽어보았다고 했다. 내가 무슨 연애편지라도 쓴 줄 알았는지. 싸울 듯 덤볐으나, 상대를 해주지 않고 눈만 찡긋하고는 넘어갔다. 함께 울어도 서로 다른 이유로 울었다. 정주는 내 속은 빤히 들여다보면서, 자신을 감춰 친구 같지 않은 때도 많았다. 어떨 땐 나를 떼어 놓고 미술실엘 갔다.    “너는 왜 미술실에 자주 가니?”    “숙제가 잘 안돼서.”    미술 숙제는 늘 골치였다. 넥타이나 양말을 그려오라거나 비누로 조각을 만들어오라거나 했다. 미술 시간에는 작품 품평을 했기에 숙제는 평소에 해야만 했다. 그렇다면 더더욱 나랑 같이 가야 하는 게 아닐까? 미술실을 들락거리는 정주가 부럽기는 해도, 무턱대고 따라가는 건 자존심이 허락지 않았다. 미술 선생님은 키도 크고 배우처럼 잘 생겨서 여학생들이 까무러칠 듯 좋아했다. 정주도 분명 그러리라 짐작했다. 키스도 못해 볼 거면서 들락거리기만 하면 뭐해? 입을 삐죽거리며 돌아섰다. 내 속에는 달빛이 황홀한 밤바다를 보며, 낯선 남학생과 나눈 달빛 키스가 보석처럼 빛나고 있었으니까.    산복도로에서 숨이 멎을 것 같은 순간이 있었다. 걔와 비슷한 남학생이 여학생 손을 잡고 올라오고 있었다. 해그림자에 선명치는 않았으나, 사각턱이 단정한 게 걔였다. 어디로 숨어버리고 싶은데 그럴 곳이 없었다. 서너 걸음 앞에서 눈이 마주쳤다. 걔가 여학생 손을 놔버렸다. 여학생이 왜냐고 짜증을 냈다. 나는 돌아보지 않았으나 분명 알았다. 걔도 나를 알아보았고, 그날 밤이 떠올랐다는 것을. 여학생의 손을 놔버려야 할 만큼 황홀한 키스였다는 것을. 나는 배시시 웃었다. 왠지 그 여학생과 겨뤄 이긴 것 같았다. 달빛 키스는 안 해봤으리라는 막연한 우월감이었다. 비록 말 한마디 주고받지 않았으나, 걔의 착한 눈빛은 나를 안심시키기에 충분했다.    종종 정주네로 갔다. 그날 밤도 핫도그 두 개를 사 들고 케첩이 떨어지지 않게 조심하면서. 나무계단에 올라서고 바다를 바라보았다. 달이 없어 바다는 보이지 않았다. 방문 앞에서 정주를 불렀다. 불빛은 새어 나오는데 인기척이 없었다. 방문을 열었다. 두 물체가 후다닥 떨어졌다. 정주와 걔였다. 정주는 천천히 셔츠를 내려 탱탱한 가슴을 덮었고, 걔는 쏜살같이 뛰쳐나갔다. 정주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들어오라고 했다. 나는 얼얼하게 돌아섰다. 좁은 마루가 천리만리 길었다. 속이 메슥거려 겨우 정원으로 내려섰다. 들고 있던 핫도그를 팔손이나무에 던져 버렸다.    집으로 가지 못하고 거리를 헤맸다. 정주의 탱탱한 가슴이 코앞에서 어른거렸다. 정주 가슴에서 얼굴을 빼던 걔의 당황한 눈빛은 보지 말았어야 했다. 상기된 얼굴에 벌어진 입술까지. 나와 키스했던 그 촉촉한 입술이. 그들의 짓거리에 고통은 왜 내 몫이 되는 건지. 한숨을 내쉬며 앞섶을 쓸어내렸다. 작은 가슴이 손바닥에 느껴졌다. 모멸감에 자존심이 더 상했다.   저들은 언제부터 사귀었을까. 달빛 키스 전이라면? 정주가 우리의 사건을 알까. 일부러 둘 사이를 알게 하려고 인기척을 못 들은 척했을까. 걔도 못 들었을까. 그럴 수도 있겠다. 정주의 탱탱한 가슴에 묻혔으니 귀가 열릴 리 없지. 모르겠다. 그런데도 나는 왜 그들에게서 뒤통수를 맞은 것 같은지. 가당치도 않은 배신감까지. 언제 걔와 말을 터보기를 했나. 그 흔한 쪽지 한번 주고받길 했나. 내 마음속 깊은 곳에 걔가 있었던 것일까. 울컥 울음이 차올랐다. 사랑했던 남자에게서 냉대당한 것처럼. 낭만적인 키스가 더럽혀지기라도 한 것처럼. 머리채를 흔들어 그들의 영상을 떨쳐내려 했으나, 늦은 밤까지 골목만 헤매게 했다.   정주를 피했다. 저도 피하는 나를 그냥 뒀다. 겨울방학이 되고 연탄 방에 배를 붙이고 있는데 정주가 왔다. 병원에 다녀오는 길이란다. 어지럽다며 한 시간만 쉬었다 가겠다고. 거절하기도 뭣해서 틈을 두고 누웠다. 정주가 자꾸만 뒤챘다. 어디가 아프긴 한 모양이나 묻지 않았다. 화장실에 다녀오더니 가겠다고 했다. 정주가 가고 화장실에 갔더니 큰 패드가 떨어져 있었다. 칠칠찮게 생리대를 떨어뜨리고 그랬을까. 왜 어지럽다고 했지? 평소에 덜렁대지도 않는데 웬일이지? 더 이상의 상상은 ‘설마’라는 단어로 막아버렸다.    여고 졸업식 날, 친구들과 사진을 찍으며 한껏 졸업을 즐기고 있었다. 어떤 느낌에 뒤를 돌아보니 멀찍이 정주가 나를 보고 있었다. 나도 바라보기만 했다. 아무렇지도 않게 대할 수 없는 어떤 것에 막혀서.  그날 밤에 정주가 왔다. 나도 그동안의 불편한 관계를 털어내야만 할 것 같았다. 정주가 이불속으로 발을 뻗으며 소문내지 않아서 고마웠다고 했다.   “무슨 소문?”    “나도 소문내지 않았어.”   정주의 말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고, 머리에 피가 다 말라버리는 것 같았다. 설마, 달빛 키스를 알고 있나?. 걔가 말해 버렸을까? 그런 건 무조건 비밀이지 않나. 노련한 정주 꾐에 넘어갔을 수도 있겠다. 멍청이 같으니.  원망과 방어가 팽팽해졌다.    “그날 밤 키스는 어땠어?”   “무슨 말이야?”   “봤어. 나갔다 들어오는데 그러고 있더라.”   “팔손이나무 뒤를 스치던 이가 너였니?   “응.”   “그 순간은 건드리지 마!”   정주가 예상했다는 듯 피식 웃었다. 내가 방문 앞에서 불렀을 때 왜 대답 안 했냐고 물었더니 재밌을 것 같아서란다. 나는 그게 나한테 할 짓이냐고, 음흉스럽고 무서운 애라고 쏘아붙였다. 인생 다 산 사람처럼 한숨을 푹 내쉬더니 대사를 외듯 말을 이었다.   “달이 밝은 날을 기다렸어. 걔를 불러들이고 니들이 섰던 자리에 나란히 섰지. 내게 키스해 주기를 바라면서. 그러지 않더라. 내가 먼저 시도했어. 피하는 거야. 모멸감에 미칠 것 같았어. 왜 그랬을 것 같니?”    “내가 알 게 뭐야.”    “니들의 감정을 느끼고 싶었어. 아니 빼앗고 싶었어. 아니 뺏어야만 했어. 나는 걔를 너보다 먼저 알았고 서로 사랑했으니까. 근데 그 순간을 피하는 거야. 뺨이라도 때리고 싶었어. 왜 걔하고는 되고 나하고는 안 되느냐고. 나를 사랑하지 않는 거냐고 소리 지르고 싶었어. 근데 말이야. 니들의 키스를 내 입으로 말하기는 정말 싫더라. 초라해질 나를 감당할 수 없었거든.”    “그런 얘기를 왜 해?”    내 말은 들은 척도 않고 눈을 내리깔더니 말투가 슬퍼졌다.   “걔가 계단을 내려가 버렸어. 나는 걔를 알고 처음으로 울었어. 질투에 울었던 거지. 그 순간은 건드리지 말라는 네 말과 걔의 태도가 맞아떨어지지 않니? 말하는 이 순간도 기분이 별로다.”   “......”    ”진심으로 어떤 감정인지 알고 싶었어. 말해줄래?“   “그만해라.”    “질투 해봤니? 미치도록. 내 감정이 그랬어.”   “내가 걔를 뺏은 것도 아닌데. 왜 이래?”   “니들의 관계를 넘어서야만 그 사랑이 온전해질 것 같았어. 내 영혼이 걔 영혼과 합치기를 원했거든.”    정주가 나를 시험하듯 빤히 쳐다봤다. 내 속을 파헤쳐 그때의 감정을 뽑아가기라도 할 것처럼. 까만 눈동자에 어리는 뭔가에 움찔했다. 질투인지, 미움인지 분노인지. 그 순간이 너무 길었다. 나도 모르게 마음이 밀려 중얼거렸다.   “내가 뭘 어쨌다고.”   “그러게.”   정주가 까르르 웃었다. 종잡을 수 없는 건 여전했다. 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정말 미안했다고. 질투는 했어도, 나를 미워하지는 않았단다. 유일한 친구를 놓치고 싶진 않았다고. 친구이긴 한 건지.   “듣기 싫어.”   “그날 너 오기 전엔 얘기만 하고 있었어. 마루 걷는 소리가 너 같더라고. 네가 문 여는 동시에 셔츠를 올리고 걔를 끌어당겨 내 가슴에 묻어버렸지.”   “미쳤어. 미쳤어.”   “나는 질투로 미쳐 있었어. 걔가 그 순간을 침범치 못하게 하는 태도 때문에.”   “나보라고 그런 짓을 해?”   “그래서 지금 사과하잖아.”   “너 소문이란 게 뭐야?”   “임신했었어.”    거침없는 정주로 인해 내 인생에 ‘설마’ 하나가 사람을 잡고 말았다. 나는 아직도 ‘설마’에 위안을 삼고 살지만, 그날의 ‘설마’는 세상 모든 신뢰를 내동댕이쳤다. 학생이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대들었다. 정주는 폭우 같은 사랑 앞에 학생은 비닐우산 같았다고. 내가 낯선 남학생과 키스한 게 더 황당하단다. 할 말이 없었다. 누구와 사귀어본 적도 없는 나는 달빛 키스만이 낭만 1순위였건만.    “걔가 혹시 너한테 온 적은 없니?”   이건 또 무슨 저격인지. 나는 펄쩍 뛰었다.    “나는 걔 이름도 몰라. 우리 집은 더더욱 모르고. 그 순간일 뿐이야. 바람둥인가 보네. 언젠가 여학생이랑 손잡고 오는 걸 산복도로에서 봤거든. 너랑 사귀면서도 그런 거겠지? 착한 얼굴로 여러 여자 울리나 보네. 나쁜 자식.”   “애는 착한데 연애를 즐겨.”   “그러니까 나쁜 자식이지.”   “내가 그 여자애랑 찢어놨어.”   “대단들 하다.”   정주가 헛헛하게 웃었다. 그녀의 자괴감 드는 사랑 타령을 더 듣고 있다간, 속없는 내가 위로라도 할 것 같아 밖으로 나와버렸다. 30분이 지나도록 방에 들어가지 않았다. 피장파장 서로 소문내지 않았으면 된 거지. 걔는 연애 즐기느라 나와 달빛 키스를 한 거로군. 내게는 빛나는 보석인데. 골목을 내려가는 정주의 뒷모습을 지켜보았다. 큰 키에 청바지 입은 엉덩이가 볼록하고 탄탄했다. 정주의 성숙한 몸매는 깡마르고 밋밋한 내 몸을 언제나 초라하게 만들었다. 질투 나는 몸매로 잘생긴 걔를 가졌으면 된 거지. 나의 짧은 낭만까지도 뺏으려 들다니. 못된 계집애.   나는 지방 대학 국문과에 들어갔고, 정주는 재수학원 다닐 거라며 서울로 갔다. 걔가 서울 명문대에 합격했다더니 따라간 것 같았다. 나는 미팅도 하고 퇴짜를 놓고 퇴짜도 맞으면서 대학 생활을 즐겼다. 4학년이 되면서 소설로 문예지에 당선이 됐다. 소설 「달빛 키스」로 연인들의 낭만을 부추기며, 연애 소설 쓰는 재미에 빠졌다. 가끔 정주가 궁금하기는 했으나, 달빛 키스로 밀어내 버리곤 했다. 과에서 선망의 대상이 된 나는 글쓰기 동아리 리더를 하며 즐겁게 지내고 있었다. 그 남자를 다방에서 만나기 전까지는. 정주가 스님이 되었다는 말을 듣기 전까지는. 날이 갈수록 정주 인생이 부담으로 다가왔다. 자신이 택한 길이 나와 무슨 상관이라고. 그런데도 마음이 혼란스럽고 글도 써지지 않았다. 정주를 만나봐야 할 것 같았다.   정연사 돌계단에 걸터앉았다. 여기까지 오긴 해도 승복을 입은 그녀를 마주 볼 일이 막막했다. 스님이 된 정주는 속세를 다 잊었을까. 사랑도 우정도. 절 마당에 올라서니 여승이 다가와 합장을 했다. 여고 때 정주 사진을 보여주며 스님을 만나러 왔다고 했다. 여승은 나를 작은 암자로 안내했다. 십 분쯤 지나니 누군가 다가왔다. 방안 문고리를 잡고 잠깐 눈을 감았다가 문을 열었다. 여느 여승과 다를 바 없는 모습의 정주였다. 표정이 맑고 편안해 보이는데 나는 목이 메었다. 질투 많고 거침없던 정주 같지 않았다, 예쁜 콧날을 찡그리며 웃었다. 이름을 부르질 못해 머뭇거렸다. 그녀가 칸츄리! 하며 내 손을 잡았다. 진땀이 났다. 어떻게 우리 둘 사이에 이런 만남이 있을 수 있을까.   “말 놔도 되는지.”    “그럼 친군데.”   “왜 이런 모습이야?”    눈물이 괴고 말았다. 그녀도 눈자위가 발그레해졌다. 나는 눈물을 훔쳐 가며 따지듯이 물었다.   “네가 이럴 이유가 뭐였는지 말해 봐.”   “배고프지? 국수부터 먹자.”    (계속)     작가 최숙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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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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